2010년 1월 20일 수요일

[영화 '아바타'의 과학] 생각만으로 아바타(Avatar·분신) 조종?… 로봇은 가능, 생명체는 어려워

조선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0-01-20 02:59 최종수정 2010-01-20 16:39

'지구인은 판도라 행성 나비족의 터전을 파괴해야만 자원을 채굴할 수 있다. 양측에 일촉즉발의 긴장이 감돌고 있다. 인간은 판도라에서 숨을 쉴 수 없다. 또 나비족은 키가 3m가 넘는다. 자원개발회사는 인간 유전자를 지닌 나비족인 생명체를 복제한다.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복제 나비족을 생각만으로 원격 조종하면서 나비족의 생각을 파악하는 임무를 맡는다. 제이크는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자신의 분신인 나비족 아바타를 통해서는 온몸의 자유를 만끽한다.'

할리우드 SF영화 '아바타'가 관객 10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고등학교 과학동아리 회장을 맡았고 대학에 들어가선 물리학을 전공했던 과학도였다. 그가 아바타에 불어넣은 상상력은 얼마나 오늘날 과학에 부합할까?

몸은 복제해도 기억은 복제 불가능

나비족 복제는 원리상 가능하다. 이미 많은 동물에서 그 가능성이 입증됐다. 세포에서 유전자가 담긴 핵을 뽑아 핵이 제거된 난자에 집어넣으면 태아로 자라난다.

하지만 순식간에 어른으로 자라는 것은 영화의 상상에 그친다. 만약 세포가 그토록 빨리 자란다면 노화 속도도 그만큼 빨라질 수 있다. 이는 초창기 복제동물의 한계로도 지적된 바 있다. DNA 유전자는 염색체에 돌돌 말려 있는데 복제동물에서는 염색체 끝을 보호하는 텔로미어가 짧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한 인간 복제가 아니라 외계인과의 혼혈 복제란 사실이다. 그러려면 외계인의 DNA와 인간의 DNA를 합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외계에 생명체가 있다면 DNA가 우리와 다른 형태일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측한다. 근본이 다른 DNA를 합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영화의 무대인 2154년, 과학이 상상 외로 발전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최근 과학자들은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막는 방식으로 노화를 늦추는 연구를 하고 있다. 또 인간의 DNA 유전정보를 나비족 DNA로 '번역'한다면 두 생물의 합성 복제도 가능하다.

영화에선 제이크가 원격 조종하는 동안만 나비족 아바타가 움직인다. 따라서 복제된 나비족 아바타의 뇌에 다른 정보는 입력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복제를 한다고 해서 DNA를 제공한 사람의 기억까지 복제되는 것이 아니다. 기억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생각만으로 기계 조종은 가능해

제이크는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BCI·Brain Computer Interface)로 아바타를 조종한다. 뇌 신경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꾼 다음 이것을 다시 나비족의 뇌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BCI를 향후 10년간 우리 생활을 크게 바꿀 10대 유망기술의 하나로 선정했다.

KIST 신희섭 박사는 "기본적으로 외부에서 전기신호를 보내 뇌 정보를 변조하는 원리"라며 "초보적이나마 이런 변조는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학에서는 파킨슨병에 걸린 환자의 손떨림 치료에 뇌 정보 변조를 이용하고 있다. 손떨림이 뇌 시상하부에서 나오는 특정 주파수의 전기신호 때문임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뇌 신호로 기계를 원격 조종하는 일도 이뤄지고 있다. 2003년 미국 듀크대 연구진은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조종해 먹이를 집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듀크대 미구엘 니콜레리스 교수는 지난해 미국 연구실에서 원숭이가 달릴 때 나오는 뇌 신호를 인터넷으로 일본에 전송해 인간형 로봇이 원숭이와 같은 모양으로 달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미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 2000년 인간의 뇌 정보를 로봇에 고스란히 옮기면 인간이 갈 수 없는 먼 거리 우주여행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할리우드 영화 '서로게이트'에는 아바타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직장생활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생명체를 생각으로 조종하는 일은 차원이 다르다. KAIST 김대수 교수는 "인간의 뇌 신호를 컴퓨터나 로봇을 움직일 단순한 전기신호로 바꾸기는 쉽지만, 나비족 뇌 신호로 바꾸기 위해 수십만개의 신경세포 조합을 정확히 맞추는 일은 확률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바타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주인공은 아바타를 자신과 동일시한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공공도서관지 ONE'에 나온 논문을 보면 자신과 같은 형상의 가상 캐릭터가 맞는 모습을 보면 사람도 맞는 느낌을 나타냈다. 또 미 다트머스대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게임 마니아가 자신이나 자신의 아바타를 생각할 때 뇌에서 자기성찰과 판단기능과 관련된 지역은 똑같이 반응했다고 밝혔다. 장자의 말처럼 내가 나비 꿈을 꾸는지, 나비가 내 꿈을 꾸는지 모를 수 있다는 말이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포유동물은 복제됐다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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