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0일 수요일

‘제브라피시’가 사람 생명 구한다

중앙일보 원문 기사전송 2009-12-11 00:51 최종수정 2009-12-11 01:51

[중앙일보 박방주] 제브라피시(zebrafish)는 얼룩말 줄무늬를 지닌 관상 열대어로 인기가 높다. 아름다움이 빼어난 데다 새끼를 한꺼번에 대량 번식시키고 빨리 크기 때문이다. 경북대 허태린(생명공학부) 교수는 2만 마리 정도의 제브라피시를 키운다. 그러나 관상용이 아니다. 아주 문제가 많은 물고기들이다. 심장판막이 없는 것부터 췌장암에 걸린 것, 신경계 이상이 있는 것 등 각종 이상이 있다. 이들 ‘물고기 환자’는 각종 질환의 유전자를 찾아내거나 생명의 탄생과 장기 증식 과정을 연구하는 데 긴요한 자산이다. 고려대 의과대 박해철 교수팀은 형광을 띠게 유전자를 조작한 제브라피시를 허 교수에게서 분양받아 신경계를 연구한다. 충남대 김철희 교수팀은 제브라피시에게 인간 유전자를 주입해 그 유전자 기능을 탐구 중이다. 허 교수의 제브라피시 양식장은 국가 지정 연구소재은행으로 지정됐다. 이름은 ‘제브라피시 은행’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재단법인 연구소재중앙센터 산하에는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연구 재료를 공급하는 이런 기관이 여럿 있다. 제브라피시은행을 비롯해 서울여대의 항생제내성균주은행, 서울대의 한국세포주은행, 경희대의 인삼소재은행 등 39곳이다. 서울여대 캠퍼스 안에 있는 연구소재중앙센터는 이 대학 이연희(환경생명과학부)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39군데 연구소재은행이 보유한 소재는 동물 17종 약 42만 건, 인체 10종 약 6만5000건, 미생물 11종 10만여 건, 식물 10종 약 1000만 건 등이다. 국가 지정 연구소재은행은 우리나라 과학자들에게 제때 요긴한 연구 재료를 공급하는 체제를 갖췄다.

국내에서 연구소재은행의 시초는 1984년 당시 서울대 의대 박재갑 교수가 위암과 대장암 세포주 등 5종의 세포주를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미국 세포주은행으로부터 이런 세포를 사는 데 한 가지 세포에 100달러씩을 줘야 했다. 주문에서 도착까지 시간도 많이 걸렸다. 핵심 세포주는 분양도 잘해 주지 않을 때였다. 그렇게 시작된 한국세포주은행에는 지금 2500여 표본에서 개발된 338종류의 세포주가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암 세포주만 해도 120여 종에 이른다.

항생제내성균주은행은 항생제를 개발하는 제약사나 과학자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기에는 수퍼박테리아 100여 종을 비롯해 1만2000여 종의 박테리아가 액체질소 통 속에 저장돼 있다. 지난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수퍼박테리아를 잡는 항생제 후보물질을 개발했을 때도 이 은행의 수퍼박테리아를 분양받아 약효를 실험했다.

이 밖에 연세대 의용절지동물소재은행에는 집 진드기와 바퀴벌레가 사육된다. 부경대 미세조류은행에는 1300여 종의 미세조류가 순수 배양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사이콜(SciColl:Science Collection) 이라는 연구소재은행을 곧 설립할 계획인데 우리나라 소재은행 체제를 벤치마킹한다고 한다. 이연희 교수는 내년 2월 관련 콘퍼런스의 기조 연설자로 초청받아 한국의 성공 비법을 널리 알릴 참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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